I. 사회대안포럼의 성격
사회대안포럼(이하 포럼)은 논쟁의 장소이며, 공론이 형성되는 장소이다. 공론의 형성은 대안을 중심으로 한 대중적 소통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곧, 대안 논쟁, 토론회, 심포지움, 언론 활동, 출판, 교육 등이 사회대안포럼의 활동이 될 것이다.
II. 의제
사회대안포럼이 조직하고자 하는 논쟁은 현실 분석, 시대와 과제 규정, 그리고 과제를 해결할 대안을 둘러싼 논쟁이다. 현실 규정이 아직 모호하기에 우리는 더욱 치밀한 분석을 필요로 하며, 아직 채 공론의 지위를 얻은 대안이 없기에 대안 논쟁은 더욱 더 요구된다. 숙고된 논쟁은 최소한 대안의 단초들이라도 드러나도록 할 것이다. 논쟁은 현 시기 위기의 성격, 시대 규정을 둘러싸고 이루어져야 하며, 논쟁은 현 시기에서의 사회재구성의 전략을 둘러싸고 이루어져야 한다. 논쟁은 현존 사회를 극복할 거시 대안을 지향할 것이다.
사회대안포럼이 다룰 의제들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1) 경제분석과 대안: a) 금융위기의 역사적-구조적 원인과 전개 방향, b) 신자유주의의 경제학, c) 사회공공성과 신자유주의 수탈경제, d) 신자유주의의 위기와 진보적 경제대안, 2) 정치분석과 대안: a) 신자유주의, 정당 체제, 대중 저항, b) 포스트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시대의 정치 규정, c) 국가의 역할, d) 정치 전략.
III. 포럼의 필요성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저항은 촛불정국을 통하여 극적으로 표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정국은 이명박 시대를 극복할 대안의 대두로 이어지지 않았다. 저항과 대안은 촛불정국에서 결합되지 않았다. 촛불정국 속에서 사회경제적 대안도, 그러한 대안을 책임질 정치적 조직적 대안도 등장하지 않았으며,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어떤 대안도 공론의 지위를 얻지 못했다. 촛불 이후의 성찰에서도 저항과 대안의 결합은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촛불정국은 과정과 결과의 양 측면에서 대안 논의에 대한 관심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주된 책임은 저항의 주체들인 촛불 시민들이 아니라, 대안적 정치세력, 대안적 사회세력이 짊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진보적 대안은 당연히 등장할 수 있다. 대안 논쟁은 경제위기 속에서 대중저항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다. 대안 논쟁이 없다면, 대중저항은 대안적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며, 위기의 폭발은 결국 퇴행적 우파에 의한 권위적이고 탈시민적 신자유주의로 귀결될 것이다. 우파의 지배대안은 방식을 달리 하더라도 자본의 지배 이외에 "그 어떤 대안도 없다"(TINA: There Is No Alternative)는 것이다. 다수 대중이 '대안 없음'에 대한 절망감에 지배될 때, 설령 서랍이나 노트북 속에 대안이 있더라도 그것은 대안이 아니다. 대안 논쟁은 우리에게 많은 선택지들이 있으며, 그 중에서 상당수는 현실적 선택지일 수 있으며, 설혹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들조차 우리가 절망에 빠지는 것보다는 그것들을 선택하는 일이 훨씬 더 매력적임을 알려줄 것이다. 저항과 대안의 결합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할 전제조건일 것이다.
IV. 대안 논쟁 어떻게 조직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논쟁은 재차 '대안 없음'에 대한 확인과 대중적 절망으로 끝나지 않아야 된다. 대안 논쟁에 뛰어 들 모든 대안들은 공통적으로 우파의 지배대안인 '대안 없음'과의 대결을 이겨내야 한다. 대안들은 물론 서로 논쟁하며 보완될 수도 있지만, 서로 현실적 진리를 둘러싸고 경쟁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쟁은 '대안 없음'에 대하여 '대안 있음'을 보여주는 경쟁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제1기준은 논쟁이 대중의 관심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대중의 관심을 확장해 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논쟁은 '대안 있음'에 확신하는 대중을 형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대안 논쟁은 현실의 세계와 지향하는 가치를 연관하는 논쟁이 되어야 한다. 대안 논쟁은 가치 지향에 관한 논쟁으로 한정되어, 자족적이고 폐쇄적인 회로를 맴돌아서는 안 된다. 실현의 현실적 경로에 대한 모색 없는 가치 논쟁은 무의미하다.
셋째, 대안 논쟁은 대안을 실현할 정치적 사회적 세력의 형성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논쟁은 이념, 이론, 전략에 대하여 형성적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진영과 세력, 조직에 대해서도 형성적이어야 한다. 사회대안포럼의 운영 방식과 사업 방식도 대안 논쟁의 전개과정이 이와 같은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V. 사회대안포럼의 구성 방식: 알찬 출발을 위한 제안
포럼의 사업 방식은 A4 20쪽 내외의 짧은 팜플렛을 발간하고 논쟁 지점을 설정하고 토론회를 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넓은 범위에서 기고자를 섭외하여야 한다. 넓은 범위라 함은 입장과 경향만을 뜻하지 않는다. 넓은 범위라 함은 학자군부터 활동가군까지 공론 형성의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다는 뜻이고, 넓은 범위라 함은 대안 그 자체뿐만 아니라 대안의 사회적 효과까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대안을 대중에게 이해시키고 유포시키는 문제까지를 포함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포럼의 사업은 이와 같은 섭외 및 팜플렛 발간 사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포럼은 이 과정에서 분명한 논쟁점을 설정하고 대안들을 검투사들처럼 콜로세움에 세워야 한다. 논쟁의 조직은 포럼의 고유한 사업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생산적인 논쟁이 되기 위하여, 논쟁의 조직은 논쟁 결과에 대한 분석적인 정리 과정을 동반해야 한다.
VI. 사회대안포럼의 조직 방식
포럼의 운영위원은 단체 대표성을 가질 수 없다. 포럼의 운영위원회는 개인들로 구성되며, 개인들은 소속 단체를 밝힐 수 있으나, 개별 단체가 포럼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운영위원회는 포럼이 조직하는 논쟁에 대하여 대표성을 가지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다. 정치적 사회적 현실태만을 대표하는 것은 과거에 묶여 있는 발상이며, 포럼의 설립 의의에 위배된다.